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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

작성일: 2026-04-04 01:44 (수정일: 2026-04-04 02:00)

제목 진도살이 5년, 감동과 아쉬움(비 오는 날의 회상)
작성자
박상원
조회
22

오늘같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빗방울마다 아련한 추억이 맺혀 수다스럽게 쏟아져 내린다. 그저 무심히 지나치던 봄비가 어느 날엔 마음을 적시는 소나기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집 앞 포장마차에서 친우들과 소주 한 잔을 기울였다. 지인 하나 없이 훌쩍 내려온 진도에서의 5년. 이 낯선 타향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느새 내 삶에 미소를 띄워주는 귀한 인연이 되었다. 파전의 구수한 냄새처럼 소박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와 동생들. 나의 오늘을 들어주고, 자신의 한 주를 내어주는 이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소중해진다.


되돌아보면 7년 전, 코로나가 우리의 숨통을 매섭게 조여오던 그때 떠났던 진도 여행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진도와의 예고된 인연이었을까. 2년 뒤 우리 부부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때론 따갑고 때론 포근한 진도의 햇살처럼, 우리의 새로운 시작은 눈부시게 따스했다. 맑은 날 차를 타고 5분만 달리면 펼쳐지는 진도의 푸른 바다는,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의 앞바다처럼 맑고 영롱하게 빛난다. 그 투명한 물결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의 찌든 때마저 씻겨 내려가고, 행복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다.


물론 삶은 현실이기에, 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직장을 구하고 작지만 단단한 루틴을 쌓아갔다. 먹구름이 끼고 거센 바람과 파도가 치는 바다처럼, 직장 생활 역시 즐거움과 뻐근한 성장통을 번갈아 안겨주었다. 20대부터 30년을 직장인으로 살아오며 그 모든 감정을 삼키고 뱉어낸 '경력자'였지만, 적응의 시간은 늘 새롭다.


모든 것이 익숙해질 무렵인 이직 3년 차. 타성에 젖어 열정이 조금씩 사그라들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한 작은 면사무소 '대장'의 뒷모습에 그만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겨울의 끝자락, 메마른 공기 사이로 날아든 작은 불씨가 500평 남짓한 넝쿨 단지를 집어삼켰다. 다급한 연락에 직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을 때, 내 시선은 한 곳에 멈춰 섰다. 날카롭게 다림질된 하얀 와이셔츠 차림에 수통을 둘러메고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대장의 모습. 소방복조차 걸치지 않은 채 불길을 향해 달리던 그 슬로우 모션 같은 찰나, 잿더미 위에서 점차 회색빛으로 물들어가던 그의 말끔한 구두.


나는 그날 이후 나의 대장을 티 없이 존경하게 되었다. 모든 상황을 수습하고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덤덤히 면사무소로 돌아가던 그의 뒷모습은, 진정한 영웅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요즘, 나는 가끔 짙은 슬픔에 잠긴다. 대장의 그 숭고한 헌신과 마음을 짐작조차 하려 하지 않는 이들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침묵하고, 하루하루 그저 기계적으로 시간을 채우는 사람들. 그 무심함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정시가 되면 미련 없이 가장 먼저 퇴근길에 오른다. 직장 생활이 예전처럼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미소 지을 수 있는 건, 대장을 닮아가는 몇몇 후배들 덕분이다. 궂은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을 닮은 그 동생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뒤뜰에 서서 가만히 웃음 짓게 된다.


어느덧 진도살이 5년 차. 나는 이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진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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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최종수정일 : 2023-02-07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