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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6-12-24 11:24

제목 씨오리
작성자
박종호
조회
973

씨오리


“오리탕 먹으로 가자”

어제 선배와 함께 가면서
면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 우리 고장 오리 치는 농장소식에
열 마리 죽고 해서 의심 중이라
더 기다려야 알 것 같다는
답변을 들으며 ○○식당에 가니
지인들이 속속 차에서 내린다

‘다른 데로 갑시다’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 줄
그 곳은 어디일까
한 해 몇 번씩 수 백판
오리알을 경로당에 기증하던 주인 박씨
참 복스런 얼굴이 떠올랐다
백반으로 떼우며 반주도 잊었다

뒤뚱 뒤뚱거리면서
말도 우울증도 거세된 세상
깊은 구덩으로 살처분 되는 오리들
철저히 구분 되는 씨오리알처럼
몇 몇 수컷들만 제대로 살 뿐

다른 수컷 알들은 애당초
부화를 꿈도 못 갖는 이치
사람 세상이 그러니
순서 없는 저 많은 순장
어쩌면 씨알도 거세된 모순
마흔에서 쉬흔 갈수록 가파른 계단
생일 보낸 후배와 술을 나눈 뒤
저녁에 아내와 김장을 담았다

절임배추에 시뻘건 고춧가루
밀가루 양파 생강 버무려
오리만치 통통한 배추덩어리
김치통 가득 던져 채웠다
여기 사는 우리들도
사실은 밀폐된 씨오리들

한 겨울을 넘어야 아삭아삭
순서대로 씹혀지는 김치
눈도 징글한 벨도 없는
성탄절 전야에 김장을 담았다.


*우리가 기꺼이 동의했던 제도
그 아름다운 포승줄 문양에 취해
날마다 침묵의 독배를 마시면서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그 서슬 푸른 블렉리스트 골라내기와
수심어린 메스로 책임없는 메르스 사태를
간단히 뒤집어버린 세월호처럼
우리는 지금 어떤 바다에
무엇으로 절임되어 있는가
씨오리처럼 잠시 휴거의 은혜를 입은 아이들
선생도 잃고 팽목항의 하늘우체통도 잃어버렸다
청문회는 ‘내 귀는 먹었소’ 경연대회
날마다 트래머리 시대를 갈망하는 바지여인
대통령이 바뀐다고 헌법이 바뀐다고
이 유연한 순장제도의 희생물들은
마야의 절은 심장처럼 펄떡거리지도 못한다
분명 타살이 확실한 자살율 1위 오! 대한민국
실체가 없는 광우병을 퍼트린 우병우는 지금도 건재하다
더 치밀해진 변검가면으로 다가서는
황당교활과 반기문둔갑이 새로운 국정농단 초안 작성에 고심한다
작은 불씨 하나가 온 들판을 다 태우리라
내일도 방방곡곡 성탄의 그날처럼 촛불은 켜지리라
구원은 동방에서, 말구유가 순금으로 더럽혀진 이 시대에도
한국의 광장은 더 이상 빼앗긴 들이 아니다
날이 차갑다 어둠은 늘 숨어 있다
불을 지펴야 할 때이다
더 붉어져야 김치는 맛있다
연탄재는 얼음판에 뿌려야 제격이지
팽목항 물결들의 신음을 덮어서는 안된다
너 스스로 말하게 하라
1000일의 아이들 실종자 희생자
그 옆을 유유히 지나가던 미국 함선
‘잠들지 못한 긴 세월’ 아이도 어미도 아비도
한 번도 잠들지 못했다
깨어 있으라 예수님의 절절한 말씀 사무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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