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5일

작성일: 2016-09-19 21:17
역시 관매도야 (1)
관매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아름다운 해수욕장, 울창한 송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등등이 그려질 것이다. 나는 관매도 하면 그냥 그 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난다. 언제 시간을 내서 가야지 하는 구체적인 것 까지는 가지 않는다. 항상 상상으로 끝난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이 깊어지면 결국 실행을 잉태한다. 그 섬에 가서 어둠이 내린 밤하늘과 산 능선의 신비로움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침의 고요함을 느끼면서 송림 속을 산책하고 싶었다.
시간을 낼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 가야지 하고 결정을 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1박 2일 일정을 잡았다. 당일치기가 아닌 1박을 하려는 이유가 있었다. 낮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섬 전체를 탐방한 뒤 그 곳의 밤과 아침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서다. 특히 여름시즌이 끝난 관매도의 모습이 정말 궁금했다.
우리는 2016년 9월 10일 토요일 아침 4시 30분에 기상했다. 도시락을 싸고 배낭을 챙겨 6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7시 15분 관매도행 여객선이 있어서다. 배에는 많은 등산객이 타고 있었다. 우리는 이 분들이 관매도를 가는 줄 알았다. 배가 어류포 선착장에 닿자 거의 모든 승객들이 내렸다. 아마 상하조도를 탐방하려고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배에는 우리 부부와 관매도가 집인 박철산 계장님 부부만이 남았다. 따뜻한 객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우니 잠이 절로 왔다. 설레는 마음이 있어서 일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눕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조도 대교를 지나 하조도와 대마도 사이의 바다를 지나자 관매도가 보였다.
배가 마치 섬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타원형으로 생긴 해수욕장과 울창한 송림, 그리고 마을과 뒷산이 떡 버티고 서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어머님의 품 같았다. 우리는 관매도 선착장이 내렸다. 박계장님은 집수리에 필요한 물품을 사서 가지고 들어온 모양이다. 친척분이 짐을 싣고 갈 트럭을 타고 마중 나왔다. 관호마을이 박계장님 동네다. 우리는 그 반대편인 해수욕장 쪽으로 가야한다. 헤어지기 전에 박계장님이 저녁에 자기 집에서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했다. 소를 잡아서 오라해도 오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모처럼 관매도에 오셨으니 함께 자리를 하잔다. 우리는 섬 토박이로부터 초대를 받고 거절할 수가 없었다. 고맙기만 할 뿐이었다.
우선 예약해 놓은 민박숙소에 가서 주인아주머니를 만났다. 저녁은 지인의 집에서 식사 약속이 있어 아침과 점심을 예약하자고 했다. 그런데 아주머님께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침에 나가는 배가 있다고 한다. 방금 우리가 타고 온 배가 다른 섬에 들리지 않고 바로 팽목항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점심까지 관매도에서 먹고 오후에 나오려고 했던 계획을 변경했다. 아침식사만 예약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일명 남근석이 우뚝 솟아 있는 방아섬 탐방로로 향했다. 이 길은 해수욕장 입구에서 송림 뒤편으로 이어져 있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장산평 마을로 가는 길과 해안으로 가는 길이 나누어진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길이 주 도로는 아니었다. 해수욕장 모래사장과 송림사이로 콘크리트길을 만들어서 왕래 했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던 이 콘크리트 길 때문에 해수욕장 모래가 빠지고 주변이 썩는 현상이 발생했다. 콘크리트길을 완전히 제거하여 자연 그대로의 사구가 생겨나도록 원상회복하는 것이 시급했다. 대신에 마을로 가는 길을 뒤편에 확장하여 정비해야만 했다. 그 때 내가 군청 농어촌개발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추진했던 사업이다. 지금 와서 보니 해수욕장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와 있었다. 새롭게 시도했던 일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분이 좋았다.
해수욕장과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우거져 있는 수백 그루의 아름다운 관매도 송림은 그 어느 곳에도 볼 수 없는 관매도만의 으뜸명소다. 어떻게 저런 큰 소나무 수백그루가 이 작은 섬에서 보존되고 가꾸어 졌을까 볼수록 감탄이 나온다. 이 소나무 숲 사이로 작은 탐방 길이 있다. 나는 이 길을 일명 개미길이라고 부르는데 송림의 매력을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여름에 이곳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과 캠핑족에게는 한적한 여유로움을 알게 해 준다. 해수욕장의 원상회복과 송림 속의 작은 오솔길을 만든 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5-6년이 지난 것 같다.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껴본다.
관매도에 습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관매도 중앙에 지대가 낮은 지역이 있다. 관매 1구 마을, 해수욕장과 송림, 장산평 마을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지형이 있다. 이곳은 옛날에는 논이었다. 이제는 농사를 짓지 않아 갈대와 앙골, 잡풀만 무성하게 덮고 있다. 관매도 생태의 보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는 각종 파충류와 곤충들이 서식하고 철새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근처까지 접근 할 수 있는 탐방로가 개설되어 있으나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관통하는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아마 습지를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그랬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본다.
주변 밭에는 모두 메밀이 심어져 있었다. 이곳에 사시는 분들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 진도 본도에 사시는 분들이 임대를 해서 경관작물을 심은 모양이다. 산위에서 보니 이 들녘이 그렇게 광활하게만 느껴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보니 그랬던 것 같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다.
해변의 방풍림을 지나면 왼쪽으로 탐방길이 있다. 하조도 발전소에서 이곳 관매도로 들어오는 전신주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탐방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좌측 능선을 넘으면 산 뒤편으로 길이 이어져 있다. 약 3부 능선이다. 숲속 길이다. 간간히 나무 사이로 섬들이 보이고 저 멀리 하조도가 보이기도 한다. 그냥 산책길이다.
방아섬 머리가 보이다가 다시 숲속으로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방아섬에 도착한다. 탐방길 끝이라는 푯말이 서 있다. 바다로 내려갔다. 모래와 자갈이 깔려 있었다. 바다와 접한 방아섬 주변은 전체가 깎아지를 듯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을 서성거리며 휘휘 둘러보았다. 바로 앞에 청등도도 보였다. 정말 갈 길이 없었다. 탐방 길은 없고 그냥 해변이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왔던 길을 다시 택하지 않고 해변을 따라가서 쓰레기 소각장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돈대산으로 올라가는 탐방로 입구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조그만 모래사장을 건넜다. 해변에 집이 한 채 있었다. 주변에는 우물도 있고 전기시설도 되어 있었다. 집 마당에 들어가 보니 사람이 거주 하지 않은 형색이다. 그렇지만 주변에 풀이 베어져 있고 위쪽으로 길이 나 있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이 산을 넘는 길이 있을 것만 같았다. 한 참 따라가니 또 다른 빈 집이 나오고 풀이 우거진 길을 누군가가 예초작업을 해놓았다. 그러나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큰 선산이 나왔다. 자손들이 선산의 벌초를 하려고 오면서 예초작업을 한 모양이다. 다시 뒤돌아서 해변으로 내려 왔다.
이 길은 만조 때는 갈 수 없는 여건이지만 물이 빠질 때는 해변으로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멀리 해변 끝 바위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도 보였다. 우리는 큰 몽돌 해변과 갯바위를 타고 총총 걸음으로 나나갔다. 중간쯤 지났는데 건널 수 없는 구간이 나왔다. 쉽게 뛰어 넘을 수 있는 거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애매한 거리로 바위가 갈라져 있었다. 3-4미터쯤 아래에는 바닷물이 출렁거렸다. 뛰어 넘다가 아래로 빠지면 옷이 젖는 것은 물론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위쪽 바위를 올라가면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심조심 올라가서 다시 바위를 타고 내려갔다. 조금만 실수를 해도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한숨을 잠시 돌리고 나서 갯바위 낚시를 하시는 분이 계시는 곳으로 갔다. 고기가 잘 잡이지 않는 모양이다. 잠시 몇 마디 나눈 다음 자리를 일어났다. 바위 위쪽으로 돌아가야 길이 있다고 조언을 해준다. 염소 두 마리가 앞장을 서서 길을 안내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앞서서 간다. 경계심의 거리 폭인 것 같다. 모퉁이를 돌자 마을 사람들이 갯것 하려 다니던 오솔길이 나왔다. 말 그대로 산길이다. 무척이나 힘들었다. 길도 없는 해변을 따라 오면서 힘을 많이 소진했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소각장이 보이는 곳 까지 왔다. 해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탐방객이 쉴 수 있도록 정자가 있고 주변에는 대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려고 하자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검고 큰 야생 모기가 잉잉거렸다. 벌써 몇 군데가 가렵다. 나도 모르게 습격을 당한 것이다.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모기가 달려들면 밝은 곳으로 가야한다. 피를 빠는 놈은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햇볕을 싫어하는 드라큘라의 습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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