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7화

작성일: 2023-03-13 01:43
작년 하반기, 누군가가 찾아왔다.
"굴포당제를 지속하기 위해 지역에서 나서주면 좋겠다."
나는 고민 없이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전수관을 맡고 있기도 하지만,
내가 마을공동체운동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당제'의 폐지였다.
박정희 정권 때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미신타파'를 한다는 명목으로
마을당제, 별신제, 농악, 기타 민속들을 반강제적으로 폐지시켰다.
방송에서, 뉴스에서 미신이라고 떠들어댔고,
진도군 행정에서도 그런 분위기로 몰아갔다.
그렇게 10여 년이 훌쩍 지나니,
마을마다 있었던 공동 제의식이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굿물들도 대부분 태워버렸다.
수천 년 이 땅의 정신적 지주였던 제의를
여론몰이를 통해 숙청한 것이다.
그러다 전두환 때 국풍(지금의 국뽕?)을 통해 조금씩 복원되기도 했지만,
미신이라는 세뇌, 세대단절 등으로 마을당제가 사라지고,
진도에서 마을공동 당제를 지내는 곳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나는 가정에서 제사를 지내지도 않고
특별한 종교를 믿고 있지도 않지만,
마을마다 당제는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형식이 어떻든
마을 공동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축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모여산다고 마을일까?
당제(축제)를 준비하는 과정, 당제를 지내는 형식,
또 당제를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들 속에서
마을과 이웃들에 대한 믿음이 쌓여간다.
지금 어떤 갈등을 겪으며
담을 쌓고 지내는 마을들을 보면,
대개 마을 공동의 축제나 행사가 없다.
진도에는 대표적으로 덕병 당제(장성제)가 있고,
굴포 당제가 있다.
덕병 대표님의 요청으로 여러 가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500년 장승을 도난당한 뒤부터
마을에 흉한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대표님과 마을주민들은 장승을 마을 수호신으로 여기고 있다.
수호신이 있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마을이기에
덕병을 지날 때는 꼭 돌장승 쪽을 바라보게 된다.
올해 2월 5일, 굴포에서도 당제를 지냈다.
임회면에 하나 남은 공동 당제였기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2월 5일 축제를 마무리했다.
굴포당제는 일반 마을당제의 제의 외에도 특별한 의미가 더 담겨 있다.
고산 윤선도 선생의 선덕을 기리는 감사제다.
굴포 원뚝을 고산 윤선도 선생이 완성했다는 설은
단순히 '전설'이 아니라
해남윤씨집안이 그 시기 해언전 개발을 한 기록 등을 토대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직도 '배중손 유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미 진실성이 배척된 지 오래다.
해남윤씨 집안이 굴포 간척지에서 소작료를 받아간 기록(추수기 등)과
소작쟁의 기록, 뻘땅이라서 소출이 좋지 못한 간척지는 무상으로 배분한 것 등
당대의 기록으로 봤을 때 충분히 '굴포 원뚝'과 '감사제'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하고,
그 누구보다 굴포, 신동, 백동, 남선 분들이 그렇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굴포당제 이후
네 개 부락 주민들의 바람은
당제에서 소원한 일들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 일들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굴포당제보존회'와
'굴포신동백동남선마을발전협의회'를 새롭게 창립하고 활동하게 되었다.
발전협의회에서 공동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수리시설 확충이다.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짓고 싶다는 것이다.
400여 년 전에도 대규모 원뚝을 쌓아 농지를 만들었는데,
지금 같은 세상에 물이 부족해 농사 짓는 게 항상 걱정이라고 한다.
또 구용등초등학교를 마을공동체 활동 공간으로 조성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길은초를 리모델링한 '푸르미체험관'처럼
지역주민들과 여행객들이 농어촌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되살려 달라는 것이다.
굴포마을은 어항이지만 수심이 나오지 않아
어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
중만, 굴포, 신동 사람들이 상당수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굴포 어항 시설을 확충해달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러한 사업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수부의 신활력증진사업(구 뉴딜) 같은 권역 사업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굴포 권역 또는 용등학군이 지금처럼 단합을 한다면,
어떤 사업이 들어와도 성공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2월 5일 굴포당제가 끝나고,
'뭉치는' 분위기를 지속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싶어
굴포당제와 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를 소재로 해서
전남문화재단 지역 특성화 사업을 신청했다.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문화재단 심사위원들은 '굴포당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지
1차 서류심사에서 통과시켜 줬다.
17일에 면접발표를 하고 기다리면 또 좋은 일이 있겠지 싶다.
그 전에 무언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최근 이 게시판에서 소란을 피우는 참에 의견을 남기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마을당제는 정말 중요한 공동체 문화다.
제사형식이 고리타분하다면,
옛날 형식에서 벗어나 마을축제로 추진할 수 있다.
네 개 마을이 단합해서 그런 공동제의를 추진하는 곳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진도군에서 얼마든지
축제를 지원해 줘야 한다.
내가 오래 전부터 공무원들을 만나면 불만스럽게 이야기했던 것도 이거다.
임회면만 축제가 없고 문화예술행사가 없다......
내가 공무원이라면,
굴포당제와 고산 윤선도 선생을 테마로 하는 예술제 하나쯤은
반나절만에 만들어낼 수 있겠다 생각한다.
그렇다고 숟가락만 얹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공동체 활동을 바탕으로 해서
신활력증진사업, 구용등초등학교 재생 등의 규모 있는 사업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면,
마을자원이 가장 많은 마을이면서도
진도군, 또는 임회면에서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마을이기도 하다.
하다못해 진도씻김굿 문화재였던 '김대례 선생' 추념석도 없다.
지금이라도 지나가는 마을이 아닌,
누리는 마을로서 당연한 지원사업들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