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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

작성일: 2024-01-15 15:32 (수정일: 2024-01-15 15:34)

제목 적벽대전(赤壁大戰), 자랑스런 진도인 채수정 명창
작성자
정영진
조회
274

아이고 하느님! 나는 삼대독자 외아들이오! 제발 덕분으로 살려주오!” 빌다 물에 가 풍!
 
각 새소리 조조가 듣더니 탄식헌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우지 말어라 각 새들아, 각 새들아, 모두다 우지를 말어라, 너희가 모두 다 내 제장 죽은 원귀가 나를 원망하여서 우는구나”,
 
평범한 민중이 병사가 되어 강제로 전쟁에 끌려 나와 적벽화전(赤壁火戰)에서 죽어가던 모습과 적벽에서 죽은 병사들의 혼이 새가 되어 조조를 원망하는 새타령이 귓전에서 맴돈다. 2024113() 국립극장 하늘극장, 장장 4시간의 채수정 <적벽대전> 박송희제 적벽가 완창 발표회 여운이다.
 
적벽가는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와 함께 현재 전해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이다. 배경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와 달리 유일하게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의 내용 중 적벽대전부분을 중심으로 만든 판소리. 적벽대전 중에서 전반부는 간략하게 표현하고, 조조가 패배하여 화용도로 도망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묘사하여 본래 이름은 화용도 타령이다.
 
여러 가지 중국 고사를 인용하고 있으나, <삼국지연의>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들이 많다. 조조군의 점고 부분은 조선시대의 군사점고에서 따온 것으로 추측되고,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조총이며 환도를 차고 전쟁에 나가고, 촉나라 군이 군대를 배치할 때 오방색에 맞춰 군대를 배열하는 등 변형되어 있다.
 
조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조롱하는 해학적인 부분과 단순히 영웅적인 활약뿐만 아니라 평범한 병사들이 전쟁에서 겪는 처절한 상황을 묘사하여 전쟁의 비참함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적벽가는 판소리의 독창성과 문화 수용의 주체적 자세를 보여준다.
 
씩씩하고 장엄한 느낌을 주는 성음(聲音) 우조 위주의 소리이기 때문에 슬프고 애타는 느낌의 음조(音調)인 계면 위주의 서편제 소리꾼보다는 뱃속에서 바로 위로 뽑아내는 큰 성량으로 웅장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동편제 남()명창들이 즐겨 불렀다. 이런 이유로 조선시대부터 일반 민중보다는 양반층이 애호하였다. 소리의 가왕으로 불리는 전북 남원 운봉 출신 동편제 창시자 송흥록에서 송광록, 송우룡, 송만갑, 박봉술의 남 명창으로 이어지던 동편제 적벽가를 여()명창 박송희는 전수했다. 이 박송희제 동편제 적벽가를 여 제자 채수정 명창 완창으로 들었다는 것은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며 커다란 행복이다.
 
1970년생 채수정은 아버지의 고향이 진도(珍島) 어릴 때부터 다섯 고모들이 들려주던 진도아리랑, 육자배기 등 남도소리를 접했고, 국악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판소리를 전공했다. 2011년 제19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대통령상 수상 명창, 여성 판소리 박사 1,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이다. 문학음악연극으로 이루어진 종합예술 판소리를 잘하고 보존발전전승하기 위해서는 노랫말을 알고 소리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론 없는 실기는 안 되며, 실기 없는 이론은 무시 당한다.’를 철학으로 늘 생활화하며 실천하는 판소리 명창의 표상이다.
 
하늘극장 원형무대 남쪽 면에 12폭 화조병풍이, 병풍 아래에는 대형 왕골 돗자리가 길게 펼쳐져 있다. 돗자리 오른쪽 한편에는 백자 다기가 놓인 호족 소반, 그 옆에 소리 북이 놓여 있어 마치 조선시대 어느 양반 댁 대청마루 같은 무대다.
 
무대 위에 먼저 나온 사회자 정병헌 전 판소리학회장의 간략한 적벽가 소리꾼 계보, 채수정 명창의 박녹주 명창박송희 명창 두 스승에게 배움, 도원결의와 삼고초려가 없었던 민 적벽가(초기 적벽가) 등 해설이 박송희제 적벽가 채수정명창 완창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부풀렸다.
 
인생 백년 꿈과 같네. 사람이 백년을 산다고 하였지만 어찌하여 백년이랴. 죽고 사는 것이 백년이랴.” 박녹주 명창이 지은 가사에 제자인 박송희 명창이 곡을 붙여 완성한 박송희 명창의 대표적인 단가 <인생백년>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적벽가완창을 시작하며 스승에 대한 예의와 사랑을 스승의 소리로 올린 것 같다.
 
중국 시인 소동파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를 떠올리며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한 시에 정정렬 명창이 곡을 붙인 단가 적벽부로 목을 풀어내더니, “한나라 말엽 위오 삼국시절에아니리를 시작으로 웅장하면서 호탕한 통성이 쏟아지며 20분간의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1, 2부로 나누어 약 4시간 동안 박송희제 최수정 동편제 적벽가가 하늘극장을 뒤덮었다.
 
도원결의/ 삼고초려/ 공명의 유비영접/ 유비간청/ 조조군사대적/ 조자룡 두 부인 구출/ 장판교대전/ 공명 동오호 건너감/ 조조호기(연환계)/ 군사들 노는 모양/ 군사설움타령 부모생각/ 군사설움타령 자식생각/ 군사설움타령 아내생각/ 군사호기/ 싸움타령/ 오작남비/ 조조장수 분발과 주유탄식/ 공명 동남풍기원/ 공명하산/ 조자룡 활 쏘다/ 주유와 공명, 제장분발/ 관우 항의/ 관우 행군/ 조조장담/ 화공/ 오림 패주/ 새타령/ 조조 조자룡 피해 도망/ 조조 장비피해 도망/ 정욱과 조조군사 탄식/ 장승타령/ 군사점고/ 조조군사점고 골래종이전동다리구먹쇠/ 조조 목숨애걸/ 관우호령/ 주창의 재촉/ 관우가 조조를 살려줌/ 적벽가 한판 서른다섯 대목의 소리는 대목 대목마다 그 빛깔이 달랐고, 넘치는 열기는 한겨울 한파 추위 속에서도 온 몸을 녹여 내렸다.
 
무대 뒤편 양쪽 허공에 각각 매달린 커다란 화면에는 적벽가 소리 말과 장단이 표기되어 한 눈에 들어오니, 귀는 소리에 빠지고 눈은 화면 앞에서 반짝이며 머리는 적벽가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제껏 판소리 마당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살아있는 판소리의 생동감이 밀려왔고, 자칫 빠질 수 있는 완창이 가져오는 긴 시간의 지침의 불씨마저도 만들어 내지 않았다. 채수정 명창의 판소리 사랑과 미래로 달려가는 판소리의 생명력을 확인시켜주는 현장이었다. 실기와 이론을 겸비한 판소리 명창의 뛰어남과 생각하는 노력의 값짐이 크게 돋보였다.

중머리-진양-중중머리-단중머리-자진머리-엇모리엇중머리장단을 넘나들고, 사이사이 아니리와 창조(반은 소리, 반은 아니리로 아니리를 소리조로 구사)가 있어, 달리다 쉬어가고 엉금엉금 거리다 뚜벅뚜벅 걸으며 박자를 타고 장단과 가락 위에서 노닐 면서 분명하고 담담하게 내지르는 호탕한 소리가 남성 못지않게 시원하여, 서편제처럼 감정을 다 표현하지는 않지만 함축되어 있는 내면이 담긴 동편제의 맛을 더할 나위 없이 맛깔나게 표현했다.
 
소리꾼 한명과 고수 한명이 긴긴 소리판을 이끌어 가는 지금까지의 판소리 마당이 아니었다. 적벽가 속 다양한 인물은 각각 살아서 무대를 휘 저었고, 관객들은 함께 노래하며 하나가 되어 마당극 놀이마당 같았다. 발림을 넘어 판토마임이 펼쳐졌고, 돗자리무대를 내려와 공연장 온 바닥을 거닐며 소텡소텡 저 흉년새 백만군사를 자랑터니 금일 패군이 어인 일고소리를 이어 객석 제자가 입삣죽 입삣죽 저삣죽새 자칭 영웅 간 곳 없고채수정 명창의 참 조조 저기 간다! 제 이름을 제 부르며다음 소리를 관객 모두가 이 놈 조조야온 극장에 울려 퍼졌다.
 
간간히 적벽가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사설을 툭툭 뱉어내어 강직된 분위기를 풀어내고 극적인 효과를 높이며 사실적(事實的)으로 순간순간 적절하게 보여 주던 발림(몸짓)은 판소리꾼을 넘어 타고난 광대라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폭풍우처럼 쏟아내는 소리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상처럼 그림이 그려졌고 애타는 마음에 숨이 막혔다.
 
서른 세살에 전국 고수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35년 경력 박근영명고수의 네 시간 동안의 장단은 채수정 명창의 커다란 청음을 푸른 바다 위에서 넘실거리는 파도로 만들었고, 남성적인 장중한 소리는 강약과 장단의 변화조절이 매끄럽고 깔끔하며 시원하여 공연시간 내내 집중하면서 행복을 누렸다. 타고난 목소리에, 관중을 이끌고 가는 개성과 즉흥성은 천재성 넘치는 채수정 명창의 능력으로 찬란했다. 얼씨구좋다잘한다.’ 관객의 추임새는 끊이지 않았고, 한 대목 한 대목 지나갈 때마다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파도처럼 물결쳤다.
 
채수정 명창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박송희제 동편제 적벽가 완창이었다. 이 시대에 소리와 이론을 겸비하여 소리 잘하고, 잘 가르치며, 판소리 학문을 집대성하는 채수정 명창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은 커다란 자랑이다.
 

http://www.gugaktimes.com/news/article.html?no=6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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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최종수정일 : 2023-02-07 17:25